2008년 05월 09일
제 2화 「코스모나우트」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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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도가 높고 수도 많다. 하지만 바람은 조금 온쇼어 경향인지라 부스러진 파도가 많다. 오후 다섯시 사십분. 방과후 바다에 와서 벌써 몇십세트나 되는 파도에 맞부딪치고 있는데도, 역시 하나도 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스프―부스러진 후의 하얀 파도에는 누구나 간단히 설 수 있지만, 나는 제대로 피크에서 서서 파도에 맞춰 가고 싶은 것이다.
바다를 향해 필사적으로 패들하면서도, 나는 바다와 하늘에 황홀한듯이 시선을 빼앗겨버린다. 오늘은 두꺼운 구름이 낀 하늘인데도, 하늘은 어째서 이렇게나 높게 보이는걸까. 바다의 빛깔도, 구름의 두꺼움을 비추며 시시각각 변한다. 패들링 중의 시선 높이가 수 센티 다르지만, 그 복잡한 해수면은 표정을 싹 바꾼다. 얼른 서고 싶다. 154센티의 높이에서 본 바다는 어떤 표정을 보여줄 것인지 알고 싶다.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도―하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가 보고있는 바다는 절대로 그림으론 완벽히 그려낼 수 없으리라. 사진으로도 안되고, 비디오로도 분명 안될 것이다. 오늘의 정보 수업에서 배운 21세기의 하이비전은, 가로가 1900개 정도의 광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엄청나게 고정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 전혀 안될거야. 눈 앞의 이 풍경을 1900×1000=꼴랑 몇백만개의 점으로 온전히 표현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걸로 충분히 아름다울거라고, 수업에서 말했던 선생님도 하이비전의 발명자인지 영화의 제작자인지 뭔지도 정말로 믿고 있는걸까. 그리고 이런 풍경 속에 있는 나 자신도, 분명히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기도하듯 생각한다. 토오노군이 보아 줬으면 하고 나는 생각하고, 이어서 이끌리듯이 오늘 학교에서의 사건을 떠올린다.
점심시간, 언제나처럼 윳코와 사키랑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3학년 3반의 스미다 카나에씨, 하고 교내 방송으로 호명되었다. 학생지도실로 와 주십시오, 라고 말이다. 이유는 알고 있지만, 내가 그 때 생각한 것은 호명이 토오노군에게 들렸을지도 모른다는 창피함이었다. 그리고 언니에게도.
휑뎅그렁한 학생지도실에는, 진로지도 담당의 이토우 선생님이 앉아 있었고, 선생님 눈 앞에는 한 장의 프린트가 놓여 있었다. 내가 하는 수 없이 이름만 써서 제출했던 진로조사용지다. 열린 창문 밖으로는 그야말로 한여름! 이라는 느낌으로 성대하게 매미의 울음소리가 났지만, 방 안은 싸늘하고 냉랭하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햇빛이 비췄다가 사라졌다 하고 있다. 샛바람이다. 오늘은 파도가 많을 것 같네 하고 생각하면서, 선생님을 향해 앉았다.
「......뭐시다냐, 학년에서 안즉 몬 정한건 스미다 니 뿐이데이」 라고, 일부러 한숨을 쉰 뒤에 이토우 선생님은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죄송해요......」 라고만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어서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 나는 입을 다문다. 선생님도 아무 말이 없다. 잠시간 계속되는 침묵.
<1~3의 각 항에 해당하는 것에 ○ 표시를 기입해 주십시오> 라고 비백진 문자가 인쇄된 갱지를, 나는 별 수 없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1: 대학진학 (A: 4년제 대학교 B: 전문대학)
2: 전문학교
3: 취직 (A: 지역 B: 직종)
대학 항목에는 더욱이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고르는 선택지가 있고, 거기에 잇달아 학부명이 늘어서 있다. 의예과, 치의예과, 약학부, 이공계열, 농대, 수산학과, 상대, 인문대, 법대, 경제학부, 외국어문학부, 교대. 전문대학과 전문학교도 마찬가지. 음악, 예술, 유아교육, 영양, 복식, 컴퓨터, 의료·간호, 조리, 이용, 관광, 미디어, 공무원......, 문자를 좇는 것만으로도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취직 항목에는 지역 선택지가 있고, 섬내, 카고시마 현내, 큐슈, 칸사이, 칸토우, 그 외. 라고 쓰여있다.
섬내라는 문자와, 칸토우라는 문자를 나는 번갈아 바라본다. ―토쿄, 나는 생각한다. 간 적은 없고,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그러고보니 없다. 내게 있어서의 1999년 현재의 토쿄는, 갱(!)이 있다는 시부야, 속옷을 팔고 있다는 여고생, 도내긴급24시! 적인 범죄의 횡행, 후지 TV의 건물에 붙어 있는 용도 불명의 거대 은공으로 대표되는 엄청나게 큰 빌딩, 그런 곳이다. 이어서 블레이저 차림의 토오노군이 루즈 삭스를 신은 흰 피부에 갈색머리 여고생과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광경이 떠올라서, 나는 황급히 상상력을 셧 다운한다. 이토우 선생님의 큰 한숨이 또다시 들려온다.
「있잖응께, 이래 말하믄 쪼매 거시기하다만, 그래 고민할거 읎잖냐. 니 성적이믄, 전문대 아님 전문학교 아님 취직. 부모님께서 좋터고 허시믄 큐슈의 전문대학이나 전문학교, 안디 라고 하심 카고시마 현에서 취직. 그걸로 된 기 아니냐. 애초 스미다 선상은 뭐라 말하신적 없니?」
「아뇨......」 나는 작게 읊조리고, 다시 입을 다문다. 빙글빙글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이 사람은 왜 일부러 나를 방송으로 불러내고, 거기다 언니까지 들먹이는걸까. 왜 턱에 수염을 기르고 있는 걸까. 왜 샌들을 신고 있는 걸까. 여튼간에 얼른 점심시간이 끝났으면 하고, 나는 기도한다.
「스미다아, 입 다물고 있음 모른당께」
「네......저기, 죄송해요」
「오늘 밤 언니와 잘 야그 나눠보람시로. 내도 잘 말해두끼구마이」
어째서 이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것만을 적확하게 행할 수 있는 걸까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묘하게 생각한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패들하고 있는 내 앞쪽에 큼직한 파도가 보인다. 비말을 올린 하얀 파도가 마치 롤러처럼 가까워져 오고, 나는 부딪히기 직전에 보드를 힘껏 밀어넣어 수중으로 잠수하여, 파도를 넘긴다. 역시 오늘은 파도가 많아. 좀 더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나는 몇 번이고 돌핀 스루를 반복한다. ―여기가 아냐, 하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선 안된다. 좀 더 좀 더 바깥으로. 필사적으로 팔을 휘젓는다. 물은 묵직하니 무겁다. 여기가 아냐, 여긴 아냐―흡사 주문과도 같이 마음 속으로 되풀이한다.
그리고 그 말이 토오노군의 모습과 잘 겹쳐지는 것을, 나는 돌연히 깨닫는다.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파도를 향하고 있으면, 마치 초능력자처럼 무언가에 확실하게 눈치채버리는 때가 있다. 방과후의 편의점 옆 샛길, 아무도 없는 스쿠터 거치대, 이른 아침의 건물 뒤, 그런 곳에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토오노군으로부터, 내게 「여기가 아니야」 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그런 건 알고 있어 토오노군.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토오노군 뿐만이 아니야. 토오노군, 토오노군, 토오노군―그렇게 반복하면서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파도에 들어올려진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서려 한 순간에, 단숨에 부서진 파도와 함께 앞으로 거꾸러지듯이 바닷속에 처박힌다. 엉겁결에 바닷물을 들이마셔버려서, 나는 황급히 떠올라 보드에 달라붙어 격하게 기침한다. 콧물과 눈물이 스며와서, 마치 진짜로 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교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언니는 진로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밤 일곱시 사십오분. 나는 편의점의 음료 진열대 앞에 쪼그려 앉아 있다. 오늘은 혼자다. 스쿠터 거치대 앞에서 얼마간 기다려 봤지만, 토오노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청 운이 없는 하루. 나는 결국 또 요구르페를 산다. 편의점 옆 샛길에 세워둔 스쿠터에 기대어 서서, 달콤한 액체를 단숨에 마시고, 헬멧을 쓰고 스쿠터에 올라탄다.
아직 어슴푸레하게 밝기가 남은 서쪽 지평선을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나는 주위보다 높은 곳에 있는 샛길을 스쿠터로 달리고 있다. 왼편으로는 눈 아래로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고, 시야 한구석의 숲 너머로는 해안선도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밭을 사이에 낀 조그만 언덕이 있다. 비교적 평탄한 이 섬 안에서는 이 주변은 전망이 좋은 장소인데다가, 토오노군의 귀갓길이기도 하다. 천천히 달리고 있으면, 혹시나 뒤에서 쫓아오거나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역시 먼저 가버린걸까. 스쿠터의 엔진이 부릉 하고 소리를 내고, 아주 잠깐동안 엔진이 멈추었다. 곧 아무 일도 없없다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카브도 벌써 할머니가 다 되었구나. 「카브 괜찮아―?」 라고 중얼거리려던 참에, 앞쪽 도로 갓길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그의 스쿠터다! 어째 나는 강하게 확신하고, 나란히 스쿠터를 세웠다.
거의 무의식중에, 나는 돈대의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드라운 여름풀을 밟는 감촉. 위험해. 나 뭐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퍼뜩 냉정해진다. 가까이서 본 스쿠터는 역시 토오노군 것이었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그가 있는 곳에 일방적으로 찾아가서 대체 뭘 하고싶은 걸까.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건 당연하다. 분명 나 자신을 위해서. 그래도 발을 멈추지 않고, 커다란 풀의 높이차를 뚫고 나아가서 열어 헤친 시야 저편에, 그는 있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돈대 정상에 앉아서, 역시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마치 내 마음을 흔들기 위한 것처럼 바람이 쏴아―하고 불어왔고, 내 머리카락과 옷을 흔들었다. 주변은 잡초가 술렁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에 호응하듯이 내 가슴은 쿵쾅거리는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걸 듣고싶지 않아서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경사를 오른다.
「야―아, 토오노군!」
「어라, 스미다? 어쩐 일이야, 용케도 알았네」 조금 놀란듯이, 토오노군이 날 향해 큰 소리로 말해준다.
「에헤헤......토오노군의 스쿠터가 있었으니까, 와 버렸어! 괜찮아?」 라고 말하면서,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향한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거야, 스스로 자신을 타이르면서.
「응, 그렇구나. 기뻐. 오늘은 스쿠터 거치대에서 만나지 못했으니까 말야」
「나두!」 가능한한 기운차게 나는 말하고, 스포츠 가방을 어깨에서 내리며 그의 옆에 앉는다. 기쁜거야? 정말이야 토오노군? 심장이 어쩐지 욱신거린다. 그가 있는 장소에 올 때면, 언제나 이렇다. 여기가 아니야, 라는 말이 한순간이지만 마음속을 스친다. 서쪽 지평선은 어느샌가 완전히 어둠에 잠기어 있다.
차츰 거세어져 가는 바람이, 눈 아래로 넓게 펼쳐진 마을의 드문한 전등을 깜박거리며 반짝이고 있다. 조그맣게 보이는 학교에는 아직 몇 개인가 불빛이 켜져 있다. 국도를 따라 늘어선 노란 점멸신호 아래를, 자동차가 한 대 달리고 있다. 마을의 체육시설에 있는 거대하고 흰 풍차가 기세좋게 돌고 있다. 구름 수는 많고 흐름은 빨랐다. 틈으로는 은하수와 여름의 대삼각형이 보인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바람은 귓가에서 감기며 휘우우우 하는 소리를 내고, 풀과 나무와 비닐하우스가 흔들리는 쏴아 하는 소리와 성대한 벌레소리가 서로 섞여 있다. 거세게 부는 바람은 나를 점점 침착하게 만든다. 주변은 강렬한 녹색 냄새로 가득차 있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와 토오노군은 서로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고동은 이미 꽤나 가라앉았고, 그의 높은 어깨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것이, 나는 솔직히 기쁘다.
「저기, 토오노군은 수험?」
「응, 토쿄에 있는 대학에 시험칠거야」
「토쿄......그런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어째서?」
「먼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듯 한걸, 어딘지 모르게」 그렇게 말하면서, 그다지 동요하고 있지 않은 자신에게 놀란다. 토오노군의 입으로 진짜로 토쿄행을 듣게 되거나 한다면 눈 앞이 새까매질거라 생각했는데. 잠시동안의 침묵 후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그렇구나, 스미다는?」
「에, 나? 나,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걸」 질리겠지 토오노군, 하고 여기면서 나는 정직하게 얘기해버린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거야」
「엣, 거짓말!? 토오노군도?」
「물론」
「전혀 망설임같은 거 없어 보이는데!」
「설마」 조용히 웃으면서 그는 계속한다. 「망설이기만 할 뿐이야, 나. 할 수 있는 걸 어떻게든 하고 있을 뿐. 여유같은 건 없어」
두근거린다. 바로 옆에 있는 남자아이가 이런 걸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내게만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 공연히 기뻐서 두근거린다.
「그런가,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는 힐끗 그의 얼굴에 눈길을 준다. 똑바로 먼 곳의 등불을 바라보고 있다. 토오노군이 마치,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는거라고, 새삼스레 굳게 생각한다.
―그렇다. 가장 소중하고 분명한 건, 이거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가 하는 말에서 여러 힘을 얻는다. 그가 이 세상에 있어 준 것을,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그의 부모님, 예를 들어 하느님. 그리고 나는 스포츠 가방에서 진로조사용지를 꺼내어, 접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완연히 바람은 멎어 있었고, 잡초의 수런거림도 벌레소리도 꽤나 조용해져 있다.
「......그거, 비행기?」
「응!」
완성된 종이비행기를, 나는 마을을 향해 날렸다. 그건 놀라울 정도로 멀리까지 똑바르게 날아 갔다가, 도중에 갑자기 바람에 날려 올라가, 하늘 높은 곳에서 어둠 속으로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포개어진 구름 사이로, 하얀 은하수가 비쭉 나타나 있었다.
* * * * * * * * *
너 이 시간까지 뭐하고 있었던거야, 감기 걸리지 않게 빨리 목욕하렴 하고 언니가 다그쳐서, 나는 첨벙 욕조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 속에서, 나도 모르게 두 팔을 어루만졌다. 내 두팔은 근육 때문에 단단하다. 게다가 표준보다 조금―상당히 굵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푹신한 머쉬멜로우같은 부드러운 두 팔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눈 앞에 두어도, 지금의 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몸과 같은 정도로 마음도 따끈따끈하다. 돈대에서의 대화가, 토오노군의 침착한 목소리가, 헤어질 때에 그가 해준 말이, 아직 귓전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울림을 떠올리자니 가슴 설레는 흐뭇함이 전신에 퍼진다. 얼굴이 간드러지는게 스스로도 알 수 있다. 왠지 위험한데 하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토오노군」 하고 작게 입으로 되뇌인다. 그 이름은 욕실에 달콤하게 반사되어 울리고, 이윽고 수증기에 녹아든다. 어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어―하고, 행복하게 돌이켜본다.
우리는 그 후의 귀갓길에, 거대한 트레일러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광경과 우연히 마주쳤다. 타이어의 크기만으로도 내 키 정도되는 거대한 견인차가 컨테이너 정도의 길이만한 흰 상자를 끌어당기고 있었고, 그 상자에는 커다란 글자로 자랑스럽게 「NASDA/우주개발사업단」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런 트레일러가 두 대나 있고, 그 전후를 몇 대의 승용차가 둘러싸고 있었다. 빨간 유도등을 든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다. 로켓 운반이다. 말로만 들었을뿐이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확실히 어딘가의 항구까지 배로 옮겨져 온 로켓을, 이런 식으로 진중하게 천천히, 하룻밤 걸려서 섬의 남단에 있는 발사대까지 옮기는 것이다.
「시속 5킬로래」 라고, 이전에 어디서 들은 트레일러의 운반속도를 나는 말하고, 토오노군도 「아아」 라든가 그런 식으로 조금 멍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잠시동안 그 운반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건 꽤나 레어한 광경이라, 그걸 설마 토오노군과 함께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뒤로 잠시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계절에는 흔히 있는, 바구니를 뒤집어 엎은 듯한 갑작스런 소나기였다. 우리는 황급히 스쿠터를 달리며 귀가를 서둘렀다. 내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비에 흠뻑 젖은 토오노군의 등은, 이전보다도 조금 가깝게 느껴졌다. 내 집은 그의 귀갓길 도중에 있어서, 함께할 때는 언제나 그러듯이, 우리는 우리 집 문 앞에서 헤어졌다.
「스미다」 헤어질 때에 헬멧 바이저를 올리면서 그가 말했다. 비는 점점 기세를 더해갔고, 우리 집에서 희미하게 나오는 노란 빛이 아련하게 그의 젖은 몸을 비추고 있었다. 달라붙은 셔츠 너머로 보이는 그의 바디라인에 두근거린다. 내 몸도 마찬가지로 보이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 두근두근하다.
「오늘은 미안해, 흠뻑 젖게 해 버려서」
「그그그렇지 않아! 토오노군 탓이 아냐, 내가 멋대로 간건데 뭐」
「하지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 그럼 내일 또 보자. 감기 걸리지 않게 몸 조심해. 푹 쉬어」
「응. 잘 자 토오노군」
잘 자 토오노군, 하고 욕조 속에서 작게 중얼거린다.
목욕 후의 저녁 식사는 스튜와 비늘돔 튀김과 잿방어회다. 맛있어서 나는 밥을 세 그릇이나 엄마한테 달라고 해 버렸다.
「너 진짜 잘 먹는구나」 밥을 담은 밥공기를 내게 건네면서 엄마가 말한다.
「밥을 세 그릇이나 먹는 여고생은 세상에 너밖에 없을거야」 질렸다는 듯이 언니.
「그치만 배고픈걸......아, 언니」 비늘돔을 입에 넣으며 나는 말한다. 튀김에는 팥소가 발라져 있다. 우물우물. 맛있어.
「저기 있지, 오늘 말야, 이토우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지 않았어?」
「아아, 응, 뭐라고 하더라만」
「미안해, 언니」
「사과할 거 없잖아. 천천히 정하면 되는거야」
「뭐니 카나에, 너 뭔가 꾸중들을 만한 짓 한거니」 라고, 언니의 찻잔을 채우며 엄마가 묻는다.
「별 거 아니야. 그 선생 조금 신경질이라서」 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언니가 대답한다. 나는 이 사람이 언니라 다행이야, 하고 새삼 생각한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카브를 주웠을 때의 꿈이었다. 카브란 건 혼다 오토바이를 말하는 게 아니고,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시바견의 이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에 내가 해안에서 주웠다. 언니의 카브(오토바이 쪽)이 부러웠던 당시의 나는, 주운 개에게 카브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꿈 속에서의 나는 어린아이가 아닌, 지금의 17살의 나였다. 나는 강아지인 카브를 안아 올리고, 기묘한 빛으로 가득한 모래톱을 걷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거기에 태양은 없었고, 눈부실 정도로 온 하늘에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빨강이나 녹색이나 노랑, 각양각색의 붙박이별이 반짝이고, 하늘 전체를 거대한 기둥같은 눈부신 은하가 가로지르고 있다. 이런 장소가 있었나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문득, 아득히 먼 곳을 누군가가 걷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 그 사람의 모습을 나는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훗날의 내게 있어, 저 사람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어느샌가 어린아이 모습이 된 내가 생각한다.
예전의 내게 있어, 저 사람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였었다고, 어느새인가 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내가 생각한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꿈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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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좀 경이로운 듯.
갑자기 성실도와 근성도 스테이터스가 +10 된 느낌?
뭐...이제 코스모나우트 마지막 한 챕터 남겨두고 있으니,
얼른 끝내고 최종화 초속 5센티로 돌입해야게뜸.
근데 사실 처음 읽었을 때, 마지막 카나에의 꿈 부분이 영화 본편에서 엔딩 테마곡 나올 때,
카나에가 카브로 달리면서 해안을 보니, 어떤 여자애(아카리)가 있었다는 그장면을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음.
뭐랄까 부부간에 서로 닮아가고, 공통점이 많이 생긴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한 사람을 너무도 좋아한 끝에 이윽고 그 사람이 꾸는 꿈마저 같이 꾸게 되는 현상은
여기서 처음 봤음. 뭔가 묘한 느낌임.
아무튼 마지막으로 낯선 용어 해설
1) 온쇼어, 피크 : 온쇼어는 챕터 1에서 해설했고, 피크는 짐작하다시피 고점. 정확히는 파도의 기세가 가장 커지는 그 순간.
2) 돈대 : 지리학 용어 ㅇㅇ;; 주변보다 높이가 높은 지대를 일컬음. 보통 자유곡류하천 양안에 생기는 자연제방을 돈대라고 지리학에서는 일컫긴 하지만, 원래는 높은 지대라는 용어.
3) 비늘돔 : 원문에서는 モハミ 라고 되어 있다. 원래 モハミ 라는건 카고시마에서만 잡히는 특산품이다. 비늘돔의 한 종류인데, 몸이 새까만게 특징이다. モハミ 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녀석이 먹는게 수초/해조류라서 그렇다고 한다. (モ가 수초,해조류의 총칭임) 맛은 담백하고 살코기가 쫄깃(!)해서 씹는 맛도 괜찮다고 한다. 보통 회로 해서 먹는데, 특이하게도 카나에 집은 튀김으로 먹는다. 게다가 카나에의 식성인지는 몰라도 팥소(사실 팥소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를 발라 먹는것, 그리고 그것이 맛있다고 하는 부분은 참 인상깊다(.....)
4) 시바견 : 일본 특산으로, 털빛은 주로 적갈색이고, 몸집이 작으며, 귀가 쫑긋하고 꼬리가 위로 말린 개.
# by | 2008/05/09 23:14 | 소설 - 초속 5센티미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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